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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4화 내가 가면 안 돼?
한동안 마지막 장을 들여다보던 소령은 책을 덮고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반드시 만들어 낼 거야! 실패하면 내가 소령이 아니라 소다!” 연단실을 빠져나온 엽현은 이번에는 탑의 구층으로 향했다.
구층의 입구는 다른 곳과는 모양이 조금 달랐고, 문 위쪽에 붉은 글씨로 된 부문이 새겨져 있었다.
잠시 부문을 응시한 엽현은 오래 머무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대화란 어느 정도 실력이 맞아야 가능한 것이다. 상대와 자신의 실력 차가 현격하고,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니 도움을 청하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결국 이번 일은 스스로가 해결해야 했다.
엽현은 계옥탑을 떠나 양계천으로 향했다.
그가 막 양계천 경계에 다다른 순간, 갑자기 공간이 쩍 갈라지더니 두꺼운 책 한 권이 번개처럼 날아들었다. 이에 엽현이 황급히 천주검을 들고 휘두르려는 찰나, 그 검은 책이 갑자기 속력을 줄이고는 엽현의 눈앞으로 천천히 떨어졌다.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찰나, 책이 한 줄기 묵광으로 변해 그의 미간 안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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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엽현의 엔트리파워볼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도대체 방금 건 뭐였지?
이때, EOS파워볼 경악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건 말도 안 돼!” “연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설명해 줄 수 있어?” “일단 조금 전의 그 책을 통제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거라!” 이에 엽현이 망설이면서도 몸 안에 새로 느껴지는 기운을 개방했다.
그 순간 조금 전의 그 검은 책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때 로투스바카라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연천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책을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연천… 이게 대체…….” “서계!”
“서, 서계?” “그렇다! 오래전 주인이 창조해 낸 것으로 이 한 권의 책이 하나의 세계가 되는 셈이다. 이 안에는 엄청난 수의 금지비술과 주문술이 존재한다. 특히 그중에서도 금지비술이 합쳐져 만들어진 자령의 위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이 책이……. 겉보기엔 평범한 낡은 책 같은데?” 연천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멍청하긴! 서계는 만유학부의 수많은 보물들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란 말이다! 헌데… 이게 어째서 갑자기 날아와 너를 주인으로 삼은 거지?” 연천의 물음에 엽현은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그 역시 서계가 왜 자신에게로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연천의 로투스홀짝 시선이 다시 서계로 향했다.
“말도 안 돼……. 이 콧대 높은 놈이, 주인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던 놈이 어째서 너에게로 왔단 말이냐.” “음… 그건 아무래도 내가 그만한 자격이…….” “그 여자다!” 연천이 서계를 낚아채며 소리쳤다.
“그 여자? 그렇다면…….” “일단 이에 대해 걱정할 건 없어 보이는구나. 어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다만 기왕 네게 왔으니 잘 활용하면 될 일이지. 아무튼 서계의 효능은 결코 천주검에 비해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서계의 무서운 점은 상대의 경지에 금제를 가하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경지가 훨씬 높은 자를 만났을 때 서계로 끌고 들어가 그의 경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지.” 경지의 무력화!
“연천! 그런 게 정말 가능하다고?” “물론! 만약 서계의 영(靈)마저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면 앞서 만났던 진천의 분신 정도는 완전히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분신… 그럼 본체는?” 이에 연천이 한심하다는 듯 엽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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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가 그렇게 쉽게 당한다면 그가 만유학부의 주인이 되는 일은 없었겠지?” “헤헤, 그렇겠지?” “어쨌든 서계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물론 전제는 네가 자령(字靈)을 복종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겠지만.” “어떻게 하면 되지?” “따라 오너라.” 말을 마친 연천이 엽현을 데리고 서계 안으로 사라졌다.
서계 안에 들어온 오픈홀덤 엽현은 주변에 나타난 엄청난 양의 책들을 바라보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제 자령을 느껴 보아라.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제발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영지가 있는 고고한 존재들이니 함부로 했다간 너를 공격할지도…….” 바로 이때, 갑자기 붉은 빛과 함께 ‘滅(멸)’이라는 글자가 날아들었다.
엽현이 깜짝 놀라 황급히 몸을 빼려 할 때, 이 글자가 엽현의 손등을 타고 올라왔다.
그리고는 그의 팔에 마치 강아지가 애교 부리듯 몸을 부비는 것이 아닌가!
자령이 애교를 부린다!?

연천은 황당한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엽현 역시 어안이 벙벙하긴 마찬가지였다. 원래 알던 사이도 아닌데 왜 갑자기 다가와 자신의 비위를 맞추려 한단 말인가?
설마 서계가 스스로 이곳까지 날아온 것은 정말로 자신을 섬기기 위함이었단 말인가?
사유계의 작은 검수에 불과한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엽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엽현이 당황스런 얼굴로 연천을 바라보았다.
“이봐, 너는 설명해 줄 수 있지? 그렇지?” “…아무래도 그 여자가 이미 안배해 놓은 모양이군.” 그녀?
“천녀가 날 위해?” 고개를 끄덕인 연천이 멀리 성공을 바라보았다.
“진천 이 머저리 같은 놈… 정말로 그녀를 찾아갔었구나…….” 연천의 말을 들은 엽현은 다소 안심이 되었다.
만유학부의 보물인 서계.
만약 서계를 보낸 것이 정말로 천녀라면, 그녀는 자신을 찾아온 만유학부 무인들을 물리치고, 보물까지 빼앗았다는 말이었다.
즉, 천녀는 무사하다는 것이다.
마음이 뭉클해진 엽현은 눈을 돌라 먼 성공을 바라보았다. 천녀는 아직 그녀를 잊지 않고 있던 것이다.
“어쨌거나 녀석이 너를 주인으로 인정했으니, 언제든지 적을 향해 활용할 수 있겠구나.” 연천의 말에 엽현이 자신의 팔에 붙어 있는 ‘滅(멸)’자를 내려다보았다.
“위력은 어느 정도지?” “직접 사용해 보면 알지 않겠느냐?” “좋아.”
엽현이 손을 펼치자 ‘滅(멸)’자 자령이 그의 손바닥 가운데 얌전히 녹아들었다.
이윽고 그가 손바닥을 정면으로 펼친 순간,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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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굉음과 함께 그의 눈앞 만 장의 공간이 순식간에 허무로 변했다.
이를 본 엽현은 한동안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무슨 이따위 힘이 있지?
일검무량도 이 정도 위력은 아니잖아!
“놀라기는 이르다. 이번엔 자령을 네 검에 녹여 보거라.” 그 말에 엽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본신의 힘만으로도 이 정도 위력을 내는데, 검과 결합하게 되면 그 위력은 도대체 얼마나 무시무시할 것인가?
엽현은 재빨리 자령을 움직여 들고 있던 천주검으로 이동시켰다.
쾅-!
천주검이 갑자기 덜덜 떨더니, 자령의 기운이 천주검 안에서 태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검을 쥐고 있던 엽현의 손이 쩍 갈라졌다.
이에 엽현이 황급히 손을 놓자, 천주검이 사방팔방으로 날뛰며 주변 공간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엽현은 처참하게 갈라진 손을 바라보며 놀람을 금치 못했다.
육신의 강도 하니만큼은 사유계 누구와 견주어도 자신 있다고 생각했건만, 고작 검을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 타격을 입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이는 천주검의 힘을 제외한 순수 자령의 기운이었을 뿐이다. 만약 자령과 천주검의 힘을 동시에 운용했더라면 손바닥이 아닌 팔 전체가 터져 나갔어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이 와중에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천주검이 자령의 괴물 같은 기운을 견딜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다른 검이었더라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렸을 것이다.” “그 말이 맞아…….” “이만하면 됐다. 거둬들이거라. 이 서계와 자령의 힘은 아주 중요한 승부처에서만 사용해야 할 것이다.” 엽현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회수했다.
이로써 그에겐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가 생긴 셈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연천의 물음에 엽현이 한 곳을 응시했다.
“정면으로 부딪쳐 봐야지.” 말을 마친 순간, 엽현이 한 줄기 검광과 함께 성공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엽현은 오유우주로 통하는 구역 앞에 도착했다. 그가 고개를 들자 저 멀리 연천이 봉인해 놓은 검은 구역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때 봉인된 지역 앞에 세 명의 여인이 서 있었다.
다름 아닌 안란수, 소칠 그리고 연만리였다.
자세히 보니 연만리는 웬 창을 든 남자와 싸우는 중이었는데, 그의 창은 모질게도 급소만을 골라 번뜩이고 있었다.
이때 엽현이 안란수와 소칠 곁에 나타났다.
엽현을 본 순간 소칠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돌파한 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엽현.
“대단하군…….” “훌륭해!” 안란수까지 칭찬하자 엽현이 가볍게 웃어 보이고는 연만리가 싸우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가 본 연만리의 무위는 크게 향상된 상태였다. 과연 그동안 놀고만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때 엽현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봉인이 안 풀렸는데 저자는 어떻게 넘어올 수 있었지?” “그건 저자가 약하기 때문이다.” 엽현 등 세 명이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연천이 그의 곁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가 이 공간을 봉인할 때 일부러 실력이 강할수록 넘어오기 어렵게 설계해 놓았다. 즉, 실력이 일정 수준 이하인 자들은 큰 제재 없이 봉인을 통과할 수 있다는 뜻이지. 이렇게 하면 네가 대련 상대를 구하기도 편하고 말이야.” “이렇게나 신경 써 주다니,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군.” “그렇다고 저들을 너무 무시하면 안 된다. 물론 너희 역시 약하지 않으니 두려워할 필요는 더더욱 없고.” 연천의 말은 진심이었다.
눈앞의 있는 이 젊은 무인들은 당장 오유계에 내놓아도 쉽게 쓰러지지 않을 정도는 됐다.
특히 엽현이 그 수많은 외물들과 혈맥의 힘을 동원한다면 오유계의 몇몇 노괴들을 제외하고 그를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자는 많지 않으리라.
바로 이때, 쾅-!

굉음이 울려 퍼지고 엽현 등이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연만리와 남자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튕겨나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엽현의 앞까지 밀려난 연만리.
그녀가 막 소매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재차 출수하려고 할 때, 남자가 돌연 창끝으로 엽현을 가리켰다.
“나와라!” 나?
엽현이 엉거주춤 남자를 돌아보았다.
“혹시 날 알아?” 그 질문에 남자가 천천히 엽현 쪽으로 다가오며 대답했다.
“네가 바로 그 엽현이 아닌가?” “그건 그런데…….” 이때 엽현에게서 열 장쯤 앞에 멈춘 남자가 창을 세우며 외쳤다.
“나는 만유학원의 막추언(莫秋言)이다.” 만유학원!
“듣자 하니 네가 사유계 제일의 검수라기에 한번 겨뤄보고 싶어서 찾아왔다.” 그 말을 듣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사결?” “하하하! 그럼 결투인데 목숨을 걸어야지 소꿉장난하러 온 줄 알았느냐!” “좋아……. 원한다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엽현의 신형이 사라졌다.
엽현이 사라진 그 순간, 위기를 감지한 막추언이 두 눈을 부릅떴다.
이와 거의 동시에 막추언이 일 보 전진하며 맹렬히 창을 내질렀다. 매섭게 회전하는 그의 창끝엔 천근의 위력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때!

푸확-!
한 번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장내가 고요해졌다.
막추언은 창을 내지르는 그 자세로 굳어 있었고, 엽현은 어느새 그의 뒤편에 서 있었다.
엽현이 검을 거두는 순간, 막추언의 머리가 비스듬하게 기울더니 피를 뿜으며 굴러 떨어졌다.
초살!
이 장면을 지켜보던 연만리가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저 녀석이 원래 이렇게나 강했던가?” 이때 엽현이 상공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연천, 나도 건너갈 수 있는 거지?” “가능은 하다만,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게다.” “하하, 괜찮아! 위험하면 바로 도망치면 돼!” “…….”
“아직도 내 실력을 못 믿는 건가? 잘 도망칠 수 있다니까?” “…좋다. 벌써 누군가 봉인을 해제하려는 것이 느껴진다. 만약 그들을 죽일 수 있다면 너희는 더 많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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